“오늘 저녁은 자기가 좋아하는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끓여 놓을 테니 일찍 들어와요.”

그녀의 마지막 얘기였다.

나는 회사에 출근하여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 덧 7시 퇴근시간이 지나 있었다. 마침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가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문 앞은 경찰로 가득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제제를 하고 있었다. 이제야 현실감이 들었다. 나를 들어가지 못하게 제제하고 있던 경찰을 뚫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앞에 있는 경찰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소음은 들리지 않았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슬로우비디오처럼 천천히 흘러갔다.

경찰들은 나를 잡아 밖으로 내보려고 하는 순간 아내와 아내 옆에서 아내를 보며 종이에 글을 쓰고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보였다. 나는 아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아내를 부르면 아내가 "자기야 깜짝 놀랐지, 장난이 좀 심했나?"라며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아내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와 집 앞 계단에서 넉이 나간 체로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경찰이 나를 찾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죽은 여성분과 어떤 관계이시죠?”

경찰이 물었다.

저는 남편입니다. 어떻게 된 일이죠?”

마침 남편 분께 여쭤보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잘되었네요. 현장 검증결과 독극물에 따른 사망으로 보여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부검 후 알 수 있겠지만 평소 아내 분께 원한을 가졌던 사람이나 금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람이 있나요?”

경찰은 내게 질문을 하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경찰의 눈빛이 나에게 약간의 불안감이 생기게 만들었다.

평상시 아내는 남들에게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남들한테 싫은 소리 한마디도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금전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일도 없었고요.”

알겠습니다. 살인사건이다 보니 집안으로는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참고 부탁드리고 몇가지 더 물어볼게 있으니 지금 경찰서로 같이 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곧 경찰의 안내를 따라 경찰차에 올라탔고 평소 집에서 경찰서까지 10분이면 가는 거리가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차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느리게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어째서…… 어째서 내 아내인가? 누가 내 아내를 죽인 것일까? 10분이라는 시간에 내 머리 속은 한없이 복잡해졌다. 한참 머리 속이 복잡한 와중에 경찰서에 도착하였고 경찰의 안내를 받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섰다. 경찰서 안은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술 취에 경찰과 실랑이하는 주정뱅이부터 어떻게 맞았는지 얼굴이 퉁퉁 부은 학생처럼 보이는 한 남자,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중 경찰이 말을 꺼냈다.

여기는 너무 시끄럽죠? 취조실은 조용하니 그쪽으로 잠시 가시죠?”

, 조용한 곳으로 가시죠

경찰은 취조실로 나를 안내하였고 나는 그 뒤를 따라서 걸어갔다. 경찰은 나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하였고 나는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경찰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침에 출근하실 때 아내 분이 특이한 점은 없으셨나요?”

, 여느 아침처럼 특이한 점이 없었습니다.”

아내 분이 불안해 보이신 다거나 평상시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하신 다거나 그런 행동들이 없으셨다는 거지요?”

네 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점이 없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가 끝나야 될 거 같으니 협조 부탁 드리겠습니다. 혹시 지내실 만한 곳은 있으신지요?”

글쎄요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근처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오늘 밤은 보내고 생각해 봐야죠.”

그러시면 저희가 숙소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따로 지내실 때가 없으시면 수사가 끝날 때까지 저희가 제공해 드리는 숙소에서 지내시지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아직 조사 중 이여서 그런지 경찰은 별다른 질문 없이 나를 경찰서 근처 모텔로 안내를 했다. 모텔에서 306호실 키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섰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문이 방음이 안되는지 사방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방안에서도 이 신음소리를 들어야 하는 생각에 잠시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아내가 생각이 났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닦은 후 방 앞으로가 문을 열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방안으로 들어오니 걱정과 다르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독한 정적이 흘렀다.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 이내 아내의 죽음에 대한 문득 생각에 사로 잡혔다.

아내는 독살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경찰이 알고 연락을 주었을까? 집에서 독살된 사람을 어떻게 알고 경찰이 연락을 준 것인가? 평상 시 아내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누워 혼자 생각을 하고 있자니 만가지 생각이 나를 잠식해온다. 그러다 어떻게 경찰이 알았지?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메운다. 이내 아까 경찰서에서 받은 경찰 명함을 손에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저 죽은 여자 남편인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이상한 점이요? 잠시만요 혹시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으니 메모 좀 하겠습니다. 이상한 점이 뭐지요?”

아까 아내가 독살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어떻게 알고 경찰이 출동 하신 거죠?”

아 그건 옆집에서 신고가 들어왔어요. 옆집에서 큰소리가 나서 너무 소란스럽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아마 독극물을 드시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큰 소음이 발생한 게 아닌가 십습니다.”

옆 집에서 신고를 했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생각에 잠겼다.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젊은 남자, 요즘 시대에 이사 왔다고 떡을 돌려 아내와 '요즘 떡을 돌리는 사람도 있네'라고 하며 이야기 하던 청년이다.

혹시 신고가 접수된 시간이 언제였나요?”

글쎄요 제가 신고를 받지 않아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궁금할 실 내용이 많을 테니 어느정도 수사 보고서가 완료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직 저희도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독극물을 먹은 후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극물 중독 현상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는 정보도 없을 뿐더러 독극물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 뿐 이였다. 아내가 먹은 독극물은 무엇일까? 아내가 쓰러져있던 모습을 생각했다. 의학 지식이 전무한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독에 중독 이였는지 왜 죽었는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잠시 물을 마시러 일어났을 때 벌써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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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2화 의심의 시작  (0) 2018.06.03

 술에 취해 비틀되며 집으로 들어오는 남주 

남주 : 진짜 망할 부장 놈 내가 진짜 짜증나서 내일은 진짜 때려 친다. 때려 쳐 

 벽을 강하게 내려친다. 

여주 : (쾅 하는 소리에 놀라며)이게 무슨 소리야? 

주변을 둘러보는 여주, 벽에 주먹이 나와 있는걸 발견한다. 

여주 : 이게 뭐야 이게 왜 이래? 저기요? 저기요? 

남주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여주 : 저기요!!!! 벽을 뚫었으면 타부타 말을 해야죠!!!! 저기요!!! 

여주가 소리를 질러도 세상 모르게 자는 남주 

여주 : (한숨 쉬며)우선 사진부터 찍고, 내일 각오하시는게 좋으실 거예요. 

 

다음날 남주 집앞 

여주 : (문을 두들리며)저기요 나와보세요 저기요!!!! 

남주 : (짜증난 목소리로)아침부터 누구야? 짜증나게 

정신을 차린 남주 벽을 뚫고 있는 자기 손을 보며 

남주 : 뭐야, 또 언제 벽을 거지? 

여주 : 저기요 빨리 나와보세요. 자꾸 이러시면 경찰 부를 겁니다. 이웃주민인데 원만하게 해결하시죠. 

남주 : (문을 열며 무슨 일인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때며)저기 무슨 일이시죠? 

여주 : 뭐야 이 남자 좀 봐, 저기요 당신이 어제 벽에 구멍을 뚫었잖아요. 어제 그렇게 불러도 대답도 없으시고 어떻게 하실거예요? 

남주 :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벽에 구멍을 뚫었다고요? 

여주 : 이 남자 시치미 는 것 좀 봐, 이럴 줄 알고 제가 다 사진으로 찍어놨죠. 자 보세요. 

어제 밤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여주 

남주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었나봐요. 기억이 잘 안나네요. 우선 이제 제가 출근해야 되니깐 다녀와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주 : 아무튼 오늘까지 해결해 주세요. 

남주 : 최대한 빨리 해결 하겠습니다. 

 

야근 후 늦게나 들어오는 남주, 남주가  여는 소리에 여주는 남주 집으로 가 초인종을 누른다. 남주 문밖으로 다시 나온다. 

여주 : 이제 들어오시는 거예요? 많이 늦으셨네요. 벽은 언제 고치기로 하셨나요? 

남주 : 아 벽이요. 오늘 집주인한테 전화 드렸는데 집 주인이 아는 인테리어 공사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그분께 하기로 했는데, 휴가 가셨다고 일주일은 기다려야 된다고 하던데요. 혹시 연락 못 받으셨어요? 

여주 : 일주일이요! 너무 오래 걸리는거 아니예요? 그건 그렇고 왜 아무 상의 없이 공사하시는 분이 휴가 갔다는데 그곳으로 결정을 하는 거죠? 

남주 : 아 그게 따로 알아볼 시간도 없고 집 주인 아저씨가 아시는 분이라니깐 그랬죠. 정 불편하시면 제가 숙박비를 드릴테니 근처 모텔에서 일주일만 지내세요. 

여주 : 아 남자 좀 봐 요즘 세상이 어떤데 여자 혼자서 모텔 드나들고 그러면 이상한 소문 도는 거 순간이예요. 그런데 모텔에서 지내라니요. 지내실 거면 당신이 가서 지내세요. 

남주 : 저 그게…… 저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자서요. 아니면 그쪽이 한번 알아보시고 연락 주면 제가 비용 지불할게요. 

여주 : 이 것 보세요. 지금 벽은 당신이 부셔놓고 제가 알아서 수습하라는 건가요. 돈만 주면 다 되는거 같아요. 당신 때문에 불안해서 어제도 한숨도 못잤는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나오시다니 경우가 없으시네요. 

남주 : 경우가 없다니요. 그리고 제가 무슨 성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 하시네요. 불안해서 잠을 못자요? 나이거 참 벽을 부신거는 참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무엇보다 당신은 제 스타일 아니예요. 당신이 제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더라도 아무 느낌도 없으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혼잣말로)꼭 이쁘지도 않은 여자들이 꼭 그렇게 행동한다니깐. 

여주 : 스트립쇼요? 이건 명백한 성희롱이예요. 그리고 이쁘지도 않은 여자! 지금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가 몇명인데 여자 보는 눈도 없으시네요. 아무튼 방귀낀 놈이 성낸다더니, 이런 경우 없는 사람이 다 있어! 아~ 모르겠고 내일까지 어떻게 해결하세요. 

남주 : 아니 일 때문에 알아볼수가 없다니깐요. 일주일만 참으시면 안되요? 

여주 : 그거야 댁 사정이죠. 나는 모르겠으니깐 내일까지 알아서 해결하세요. 

각자 방으로 들어가는 남녀 

 

여주 : 옆집 남자 사상이 위험해 벽을 가릴게 없나? 

주변을 둘러보는 여주 그리고 종이 한장을 들고 벽을 막는다. 

여주 : 저기요. 들리나요? 

남주 : 무슨일이시죠? 또 하실 말이라도 있나요? 

여주 : 여기 종이를 붙혀놨는데 이 종이가 이상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할테니깐 주의해주세요. 

남주 : 아 진짜 당신은 내 스타일 아니라니깐요. 안해도 되는 걱정을 사서 하시네요. 그 종이 절대 건드는일 없을테니깐 잠이나 자세요. 

 

각자 이불을 깔고 눕는다. 

 

남주 : (조용한 목소리로)저기요? 저기요? 

 

깨어 있으나 대꾸하지 않는 여주 

 

남주 : 아 뚫린 벽때문에 불편해 죽겠네. 이어폰이 어딨더라? 

 

조용하게 들리는 남주 신음소리, 여주 누워있다 신음소리에 일어난다. 

그리고 붙힌 종이를 살짝 뜯어 남주방을 훔쳐본다. 

 

여주 : (남주를 향해 물건을 던진다.)지금 뭐하시는거예요. 이 사람 저질이잖아. 

남주 : (당황하며)아니 그그...그게 아니고요, 잠시 오해가 있으신거 같은데 이상한게 아니라 예술영화를 보던 중이였어요.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여주 : 요즘 예술영화는 남녀가 서로 알몸으로 뒹굴고 있는걸 예술영화라 하는가보죠? 이거 완전 변태였잖아 

남주 : 변태라요! 이거는 자연스러운 겁니다. 남자로서 제가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죠. 

여주 : 예술영화라더니 남자로서 건강하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거죠? 이거  보고 예술영화라고 하지를 않나 완전 상종 못할 인간이였네. 

남주 : 제 집에서 제가 야동보는게  문제있나요? 지금 남의 집을 훔쳐본 문제죠. 남의 집을 훔쳐보는 건 범죄입니다. 

여주 :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범죄라니요! 장난하세요? 그래도 야동 본거는 인정하네, 지가 벽 뚫어놓고 야동보고, 그래요 야동 보는 거까지는 이해해도 적어도 신음소리는 내지 말아야죠! 

남주 : (헛기침하며)누가 신음소리를 냈다는 겁니까? 이상한 사람일세 

여주 : 또 없는 소리 지어냈다는 거예요. 제가 뭐하려고 그 집을 훔쳐봅니까? 

남주 : 뭐 나한테 반하기라도 했나보죠. 하긴 저를 보고 반하지 않는 여자를 본적이 없느니…… 

여주 : 이 사람이 진짜 똘아이네, (한숨 쉬며)아무튼 앞으로 이런일 없게 빨리 벽 문제를 해결하세요. 

남주 : 알겠습니다. 나 참 더러워서 

 

다음날 아침 남주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남주 : 네 부장님 오늘 집 수리 때문에 오늘 연차 쓰도록 하겠습니다. 웬만하면 집주인 통해서 하려고 했는데 옆집 여자가 하도 뭐라고 해서 오늘 처리해야 할거 같아요. 아…………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오늘 하루만 어떻게 안될까요? 네 죄송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여주 : 부장님한테는 깍듯하시네요. 아무튼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한테만 강한 타입이신가봐요? 

남주 : 아 아침부터 왠 시비입니까? 

여주 : 아니 그렇잖아요. 저한테는 막말하면서 부장님한테는 계속 죄송하다고 사정을 하시는데 벽 부신 다음 날도 시치미를 때더니, 그냥 죄송하다고 하면서 처리하면 될 일을 

남주 : 안그래도 부장한테 한소리 들어서 당신 상대할 기운 없으니깐 시비 걸지 마세요. 벽은 제가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여주 : 알겠어요. 벽 문제나 잘 처리해 주세요. 

 

남주 밖으로 나간다. 

남주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그 때 들려오는 여주 싸우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주 : 아 진짜 그만 하시라니까요. 제 인생 제가 알아서 할꺼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이만 끊어요. 

남주 : 저기요? 괜찮으세요? 

여주 : 지금 말할 기분 아니니깐 다음에 얘기 하시죠. 

남주 : 아 그래요. 말한 기분이 드시면 얘기하세요. 

 

약간의 침묵 

 

여주 : 저기요. 

남주 : 네? 

여주 : 근처에 있으셨나보네요. 혹시 잠시 제 얘기 좀 들어보실래요? 

남주 : 네 말씀하세요. 

여주 : 저기 있잖아요. 저 사실 취준생이거든요. 

남주 : 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출근하시는 걸 본적이 없으니 취업 준비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었죠. 

여주 : 사실 저희 부모님은 시골에서 저를 키우셨죠. 외동딸이라 옥이야 금이야 키우셨어요.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가며 대학을 보낼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키우셨죠. 그래서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어요. 그런데 취업이 문제였죠. 

남주 : 좋은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셨는데 왜 취업이 문제죠? 

여주 : 요즘에 국내 대학 나와서는 어디 명함도 못 내더라고요. 외국에서 좋은 대학 나온 어린 애들도 있고, 항상 회사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그러니깐 아쉬워서 포기도 못하겠고 악순환이예요. 저도 미치겠는데 부모님이.. 

남주 : 부모님이 왜요? 

여주 : 그냥 시집이나 가라고, 자기 아는 사람의 아들이 검사인데 이번에 선 보고 시집이나 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마지못해 시집 가는게 너무 싫어요. 

남주 : 아…… 요즘 취업이 많이 힘들죠. 기업들은 사람을 더 뽑을라고 지도 않고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도망치지 마세요. 도망치면 항상 후회가 남기 마련이죠. 

여주 :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볼 생각이에요. 이번주에 최종면접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예민하게 군것도 있고요 

남주 : 아 중요한 시점에서 제가 큰 방해가 되었군요.(잠시 뜸들이며) 참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녀봤는데 지금 공사가 가능하다는 곳이 없다던데 어떻게 하죠? 

여주 : 뭐라고요! 그럼 언제쯤 가능하다는데요? 

남주 : 흠 한 1주일쯤? 다들 얘기하는게 자제 들어오는데 시간 걸려서 바로는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여주 : (잠시 고민하며)그럼 어쩔수 없죠. 오늘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그 주인아저씨가 안다고 하는 곳에서 하죠. 

남주 : 괜찮으시겠어요? 면접도 이번주라면서요? 

여주 : 공사 한다고 신경 쓰는 것보다 면접 끝나고 하는 편이 낫겠죠 뭐 

남주 : 아니에요, 내일 다시 찾아보죠. 

여주 : 오늘도 연차 쓰신다고 부장한테 까이는 거 다 들었는데요. 말이라도 고맙습니다. 

남주 : 아니에요. 제가 더 고맙죠. 

여주 : 대신에 앞으로 조용히 해주세요. 

남주 : 네 조심하겠습니다. 앞으로 집에서 TV도 안보고 야동도아니 조용히 지낼게요. 

여주 : 네 편히 쉬세요. 그리고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한결 기분이 좋아졌네요. 

남주 : 아니에요. 편히 쉬세요.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남주 

남주 : 이런 법이 어딥있습니까? 제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댓가가 겨우 이런 겁니까? 제가 매일 야근하면서 일하고 주말까지 반납하고 일한 댓가가 이겁니까? 말해보세요. 부장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이번 프로젝트만 잘 마무리하면 과장 진급해주신다고 열심히 해보자고 그러셨잖아요 이게 말이 됩니까? 됐고요 이따위 회사 그만 둡니다. 끊으세요. 

여주 : 조심해주신다고 하신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시끄럽게 통화하시는 거예요. 

남주 : 죄송합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여주 : 무슨 일이신데요? 

남주 : 그게……. 사실 지금 진급 누락 통보를 받았어요. 

여주 : 열심히 일하시던거 같은데 안타깝네요. 요즘 경쟁도 심하고 진급하기가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상사분께 화내시면 나중에 곤란해 지시는거 아니에요? 

남주 : 제가 이번에 진급하려고 어떻게 일했는데요. 그걸 아시면 이렇게 화내는 걸 이해하실거예요. 회사에 충성해서 일했는데 결국 이번에도 진급 누락이라니요. 회사 사정은 안좋아하지고 윗놈들은 지 밥그릇 챙기려고 하니 결국 저 같은 힘없고 빽없는 놈이 계속 당하는 거죠. 매일같이 저를 희망고문하던 부장놈 말만 믿고 일한 제가 머저리였던거죠. 그래서 그냥 그만두겠다고 소리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여주 : 진정하시고 내일 회사 가서 한번 다시 얘기해보세요. 일 그만두시면 당장 어떻게 먹고 살아요? 요즘 취업하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남주 : 그게 걱정이긴 하지만 이따위 회사 더이상 다닐 마음이 안생기네요. 충고는 고맙지만 제일은 제가 결정 할테니 제 걱정 하지마시고 저도 혼자 곰곰이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할거 같네요. 늦었으니 이만 주무세요. 

여주 : 네 잘 생각해보시고 현명한 선택하세요. 잘 주무시고요. 

남주 : 네 그쪽도 잘 주무세요. 

 

다음날 나갔다 들어오는 박스 하나 들고 오는 남주 

남주 : 저기요 잠깐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여주 : 무슨일이세요? 

남주 : 오늘 그만 두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7년을 일했는데 뭔가 시원 섭섭하네요. 

여주 : 아 7년이나 일하셨어요? 아쉬움이 크시겠네요. 

남주 : 이젠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어제 한숨도 못자고 생각해봤는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만두는게 맞는거 같더라고요. 억지로 하기 싫은 일 먹고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열심히 일한 댓가도 없는 회사에서 계속 있어봤자 제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퇴직금하고 모아둔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볼 생각입니다. 

여주 : 생각해놓으신 일이라도 있으세요? 

남주 : 사실 저 국어국문학과 나와서 작가를 꿈꾸고 있었죠. 우선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지금 머리가 복잡해서 그냥 여행 다니면서 세상 좀 구경해보고 거기에 느끼는 걸 글로 써볼려고요. 

여주 : 아 작가가 꿈이셨구나. 결정하셨다고 하니 그 꿈 응원할게요. 그나저나 저도 취업이 걱정이네요. 이번 면접을 마지막으로 저도 안되면 그냥 부모님계시는 곳으로 내려가려고 해요. 

남주 : 그 때 말씀하시던 선 보실려고요? 조금 더 해보시고 정하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뭐 내년까지 도전해보시고 천천히 생각하시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여주 :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순 없죠.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도 죄송스러워서 더는 못하겠네요. 참 여행은 언제 가실려고요? 

남주 : 아직 정하지는 않았는데 생각든김에 빨리 가야죠. 다음주 정도에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야죠. 

여주 : 어디로 가시게요? 

남주 : 딱히 아직 생각해본 곳은 없습니다. 

여주 : 인도 어떠세요? 스티븐잡스도 정신적 영감을 받으러 인도로 여행을 갔었다고 하잖아요. 

남주 : 아 인도 괜찮을 거 같네요. 저도 인도는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인도를 첫번째 목적지로 정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여주 : 아니 뭘요. 어째든 결정하신 꿈대로 승승장구하시길 응원할께. 

남주 :  그쪽도 이번에 면접 꼭 합격하길 기도할께요. 

여주 : 감사합니다. 오늘 축하의 의미로 축하주 한잔 하시는 건 어때요? 

남주 : 아 축하주요 좋죠. 마침 선물 받았던 좋은 술이 있는데 같이 한잔 하시죠. 

여주 : 그럼 저희 집으로 오세요. 안주는 제가 준비할게요. 

남주 : 번거롭게 직접 만들지 마시고 배달 시키죠. 

여주 : 아니예요. 제가 이래봐도 한 요리 하거든요. 

남주 : 네 그럼 술 가지고 넘어 가겠습니다. 

여주 : 문 열어 놨으니깐 그냥 들어오시면 되요. 저는 요리 준비하고 있을게요. 

남주 : 네 알겠습니다. 

 

한잔 두잔 마시면 취한 두 남녀 

 

여주 : (술에 취해 혀가 꼬인 목소리로)왜 자꾸 최종 면접에서 떨어질까요? 성형이라도 할까봐요. 저보다 스펙도 떨어지고 능력도 안되는 이쁘 아가씨들은 잘도 면접에 붙는데 항상 저는 최종에서 떨어지니 얼굴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에휴…… 

남주 : 얼굴이 왜요? 충분히 이쁘신데요. 

여주 : 제가 뭐가 이쁘나요? 제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거예요! 아니잖아요. 

남주 : ……. 

여주 : 거봐요. 저도 제가 안이쁜거 알아요. 괜히 희망고문하지 마세요. 

남주 : (말을 더듬으며)아니에요, 충분히 이쁘세요. 뭐 물론 사람의 취향이라는게 있다보니깐요 

여주 : 그러니깐 제가 이쁘지 않다는 이야기 잖아요. 

남주 : 뭐 이쁘지 않다기 보다는 제 취양이 아니라는거죠.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저는 글래머인데 마른 스타일을 좋아해서. 

여주 : 남자들은 다 똑같아. 얼굴이나 몸매나 다 여자 외모만 보고 평가를 하죠. 진짜 좋은 여자를 못알아본다니깐요. 그래도 저 얼굴도 몸매도 별로인 여자죠. 

남주 : 아니 몸매 못났다는게 아니라…… 

여주 : 맞잖아요. 그럼 왜 저랑 못 사귄다는 거죠? 물론 제가 그쪽에 마음이 있어서 그런거는 아니에요. 오해하실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고 그냥 물어보는거에요. 오해하지는 마세요. 

남주 : 그럼요, 오해하지는 않고 있어요. 제 상황을 보세요. 오늘 회사를 그만둬서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서 입에 풀칠할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요. 그런데 여자에 대해서 생각할 정신이 있겠어요. 

여주 : (말 자르며)됐거든요. 남자들은 다 똑같던데요.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들이대는거 알고 있거든요. 

남주 : …… 

여주 : 됐어요. 새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너무 제가 쓸데없이 분위기 깻네요. 술이나 더 마셔요. 

남주 : 네……. 

 

몇잔 더 주고 받으며 남주도 술에 취한다. 

 

남주 : 자 받아요. 

여주 : 아 취했어요. 전 그만 마실게요. 

술잔을 가만히 들고 있으면서 여주가 건배해주길 기다린다. 

남주 : 팔 떨어지겠어요. 

여주 비틀거리면 잔에 건배한다. 

남주 : 저기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저 마음에 있으세요? 

여주 : 아니에요. 그냥 물어본거에요. 면접에서 자꾸 떨어지는게 외모 때문에 그런거 같아서요. 

남주 : 정말 마음에 없으세요? 

여주 : 그게……. 

남주 : (술을 따라주며)사실 저는 그쪽이 나쁘진 않아요. 물론 몸매는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여주 : 뭐예요. (일어나서 S라인 포즈를 취하며)제 몸매가 어때서요. 이만하면 나쁘지 않지요. 꼭 배나온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몸매 몸매 한다니깐. 

남주 : (배 집어넣고 가슴에 힘주며 가슴을 손바닥으로 2번 두들긴다.)이래봐도 제가 소실적에 운동 좀 해서 한 몸매 한다고요. 이거참 보여줄 수도 없고. 

여주 :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번 봐 봐요. 별로 볼 것도 없을 거 같은데. 

남주 : 뭐요. 안돼겠네. (일어나서 윗옷을 벗을려고 한다.) 

여주 : (소리 지르며 눈을 가린다.)뭐예요.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아 더러워. 빨리 옷 내리세요. 

남주 : 뭐요. 더러워요? 더럽다니 뭐가 더러워요. 

여주 : 그.. 배에 난 털이요. 발리 옷 내리지 못해요. 

남주 : 나 참 눈 가려도 볼 건 다 보시네요. 

여주 : 갑자기 옷을 올리니깐. 빨리 보상하세요. 제가 그 쪽 몸 보고 받은 정신적 피해, 아니 정신적 피해는 됐으니깐 그냥 그쪽 몸 안본 눈 사주세요. 

남주 : 이거 참(크게 웃는다.) 

여주 : (따라서 크게 웃는다.) 

남주 : 혹시 저 마음에 있으시면 한번 만나보는거 어때요? 서로 잘 통하는 거 같은데. 

여주 : 그래요. 오늘부터 1일 인건가요? 

남주 : 네 오늘 뜻 깊은 날이니 건배 할까요? 

여주, 남주 : 건배! 

 

다음날 한 이불에서 누워있는 남주 

여주가 먼저 일어난다. 

 

여주 : 아 머리 아파,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엄마, 이게 무슨일이야? 왜 이 사람이 왜 내 옆에 있는거야? 

남주를 흔들어 깨운다. 

남주 : 자기 일어났어? 

여주 : 어머 이사람 봐, 누가 자기예요. 

남주 : 어제 기억 안나? 

여주 : 어제요? 기억 안나요. 그리고 왜 반말이세요. 

남주 : 정말 기억 안나? 아니 안나세요? 

여주 : 뭘 기억해요. 

남주 : 아 네 죄송합니다. 

여주 : 어떻게 책임 지실거예요. 

남주 : 네 뭘요? 

여주 : 어머 이 남자 봐 

남주 : 도대체 뭘 책임 지라는 거죠? 

여주 : 지금 이 상황이요. 

남주 : 뭐가요? 제가 강간이라도 했다는 건가요? 

여주 : 그럼 아닌가요? 경찰을 불러서 조사를 해야 인정하시겠어요? 

남주 :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지금 서로 옷도 입고 있고 같이 술을 먹다 서로 사귀기로 했었고 제가 집에가서 잔다는 걸 옆에서 같이 있어주면 안되냐고 같이 자자고 해서 같이 잔 건데, 강간이라니요, 아무리 술에 취해서 기억을 못하신다고 해도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여주 : (크게 웃으며) 장난이예요, 당황하니깐 우리 자기 귀엽네요. 

남주 : 와 진짜 식겁했잔아 

여주 : 미안 미안 자고 있는 얼굴을 보니깐 왠지 장난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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